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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자동차는 인간의 통제력을 알고리즘에 이양함으로써 ‘골치 아프고 위험한’ 삶의 영역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교통체증은 과거지사가 되고, 사고는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난데없이 운전에 대한 인문학적 탐색이 절실해졌다.”

 

‘운전하는 철학자’는 제목처럼 운전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흥미로운 시도다. 정치철학자이자 모터사이클 정비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저자는 운전에 숨겨진 의미를 예찬하는 한편 기술 문명으로 운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시대를 근심한다. 핸들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행위엔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이 불확실성은 때로 우리를 위험에 빠트리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실천”인 운전을 숙고하는 것이 인간다움의 본질을 밝히는 작업인 까닭이다. 하지만 무인자동차(자율주행차)로 상징되는 첨단기술은 불확실한 우발성을 제거하려는 결의를 숨기지 않는다. 저자에게 무인차와 일반 자동차의 줄다리기는 곧 테크놀로지에 맞서 인간으로 살아남을지를 판가름하는 싸움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율 이동능력’을 동물과 자연을 구분하는 요체로 파악했다. 수동적으로 실려 다니는 것과 달리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이동은 고차원적 능력의 발달과 연관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특정 공간에서 방향을 읽고 탐험하며 세상에 대한 ‘인지 지도’를 그려 나간다. 최신 연구는 인간이 가장 어린 시절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자율 이동’과 ‘기억’의 상호의존성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영아기의 기억상실은 아기가 기고 걸으면서 소멸한다. 부모 품에 안겨 있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뇌세포가 ‘탐험한 장소’를 해독하며 기억의 뼈대를 구축한다.”

 

저자는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운전이 기억 보존을 향한 진화적 본능에 기술 과학이 결합한 ‘놀이 문화’라고 규정한다.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해 거친 비포장도로를 내달리는 모터스포츠는 유희 정신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기, 긴장을 견디기 등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규정한 ‘놀이 문화의 정수’는 운전이라는 행위에 완벽히 부합한다. 실제로 각종 조사는 ‘운전은 이동을 위해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그릇된 통념임을 알려준다. 리서치 기관인 퓨 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66% 이상은 운전하는 동안 콧노래를 부른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운전자의 69%는 “운전을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운전이 귀찮다”고 말한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운전석에서 권태로운 일상과 업무로부터 해방된 짧은 안식을 만끽하는 것이다.

 

쾌락과 휴식이 섞인 운전이 정신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 인지심리학 연구진은 자동차 모형과 핸들을 대체한 막대기를 활용해 ‘쥐 운전 실험’을 진행했다. 한 무리의 쥐에겐 막대기를 움직이는 운전자 역할을, 다른 무리에겐 모형 속 탑승자 역할을 부여한 뒤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 추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운전자 쥐’가 ‘탑승자 쥐’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의 움직임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노력 주도 보상’이 스트레스 회복력의 핵심임을 드러내는 실험인 셈이다.

 

각국 정책당국과 산업계가 추진하는 무인차 상용화는 운전의 본질과 의미를 제거하는 프로젝트다. 사생활 데이터 수집으로 일상을 통제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기술적 집약체인 무인차는 ‘휴식’이 아닌 ‘생산성’을 촉구한다. 운전자에서 탑승객으로 지위가 바뀐 인간이 알고리즘에 이동을 내맡긴 채 업무 서류를 들추고 이메일에 답하는 모습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미래상이다. “진 빠지는 휴식 대신 생산성이 높아지는 내일을 상상하라”는 한 미국 관료의 말은 무인차에 숨은 신자유주의 논리를 대변한다. 이와 함께 책은 무인차 시대에 마주할 ‘도덕철학’의 문제도 제기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와 행인, 강아지와 충돌할 위험에 처했을 때 누구를 희생할 것인가. 메르세데스-벤츠 경영진은 “승차자의 목숨을 우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분명한 건 이런 딜레마 속에선 어느 쪽을 택하든 ‘인간의 주권’이 삭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디스토피아를 그린 여러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무인차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이들 작품 속 ‘승객’은 새로운 등급의 관리 대상인 ‘행정적 신민’처럼 보인다”고 꼬집는다.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무인차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거리를 지배할 것이다. 저자 역시 “(인간과 무인차라는) 두 지능이 도로를 우아하게 공유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독특한 철학 에세이이자 문명 비판서인 책은 거스를 수 없는 기술혁명 속에서도 운전의 가치를 집요하게 긍정한다. “순종에서 벗어난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는 자유로움을 발휘하는 것이다. 역시 운전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448쪽, 1만8000원.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32501031312348001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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